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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목

암 병동에서 일하는 한 간호사의 이야기.

작성자
관리자
작성일
2020.01.10
첨부파일0
추천수
1
조회수
458
내용
암 병동에서 일하는 한 간호사의 이야기이다. 새벽 다섯 시쯤 갑자기 병실에서 호출 벨이 울렸다. "무엇을 도와 드릴까요?" 호출기로 물었으나 대답이 없어 급하게 환자에게로 달려갔다. 병동에서 가장 오래된 입원 환자였다. "무슨 일 있으세요?" 그러자 환자는 사과 한 개를 내밀며 말했다. "간호사님, 나 이것 좀 깎아 주세요." 헐레벌떡 달려왔는데, 겨우 사과를 깎아 달라니, 맥이 풀렸다. 그의 옆에선 그를 간병하는 아내가 곤히 잠들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. "이런 건 보호자에게 부탁해도 되잖아요?" 퉁명스럽게 말했다. 그러자 "그냥 좀 깎아 주세요."했다. 간호사는 다른 환자들이 깰까 봐 얼른 사과를 대충 깎았다. 그는 내가 사과 깎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더니 이번에는 먹기 좋게 잘라 달라고 했다. 그러자 간호사는 귀찮은 표정으로 사과를 반으로 뚝 잘랐다. 그러자 예쁘게 좀 잘라 달라고 말했다. 할 일도 많은데 이런 것까지 요구하는 환자가 참 못 마땅했지만, 사과를 대충 잘라 주었다. 사과의 모양새를 보면서 마음에 들지 않아 아쉬워하는 그를 두고 간호사는 서둘러 병실을 나왔다. 얼마 후, 그 환자는 세상을 떠났다. 며칠 뒤 삼일장을 치른 그의 아내가 수척한 모습으로 간호사를 찾아왔다. “간호사님, 사실 그 날 새벽에 사과 깎아 주셨을 때 저는 깨어 있었습니다. 그날이 저희들 결혼기념일 이었는데 아침에 남편이 결혼기념일 선물이라며 깎은 사과를 담은 접시를 주더군요. "그리고 말을 이었다.“ 제가 사과를 참 좋아하는데... 남편은 손에 힘이 없어져서 깎아 줄 수가 없어서 간호사님에게 부탁했었던 거랍니다. 저를 깜짝 놀라게 하려던 남편의 그 마음을 지켜 주고 싶어서, 간호사님이 바쁜 거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누워 있었어요.”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고른 후 말을 이었다. “혹시 거절하면 어쩌나 하고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... 그 날 사과 깎아주셔서 정말 고마워요.” 이 말을 들은 간호사는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. 눈물이 왈칵 쏟아져서 하염없이 흘렀다. 그녀는 그 새벽, 그 가슴 아픈 사랑 앞에 얼마나 무심하고 어리석었던가. 한 평 남짓한 공간이 세상의 전부였던 환자와 보호자. 그들의 고된 삶을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옹색한 자신이 너무도 부끄러웠다. 울고 있는 간호사의 손을 아내는 따뜻하게 잡아주며 말했다. "남편이 마지막 선물을 하고 떠나게 해 줘서 넘 고마웠어요, 그것으로 충분했어요.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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