마음의창
내용
어느 노인의 편지 / 이해인
사랑하는 아들딸들...
그리고 나를 돌보아주는
친절한 친구들이시여
나를 마다 않고 살펴주는 정성
나는 늘 고맙게 생각해요.
허지만 그대들이 나를
자꾸만 치매노인 취급하며
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
교육시키려 할 적마다
마음 한 구석에선
꼭 그런것은 아닌데…………
그냥 조금 기억력이 떨어지고
정신이 없어진 것 뿐인데…….
하고 속으로 중얼겨려본다오.
제발 사람들 많은 자리에서
나를 갓난아기 취급하는
언행은 좀 안 했으면 합니다.
아직은 귀가 밝아 다 듣고 있는데
공적으로 망신을 줄 적엔
정말 울고 싶답니다.
그리고 물론
악의 없는 질문임을 나도 알지만
생에 대한 집착이 있는지 없는지
은근슬쩍 떠보는 듯한 그런 질문은
삼가주면 좋겠구려
어려운 시험을 당하는것 같아
내 맘이 편칠 않으니…………….
어차피 때가 되면
생을 마감하고 떠나갈 나에게
떠날 준비는 되어 있느냐
아직도 살고 싶으냐
빙빙 돌려 물어본다면
내가 무어라고 답을 하면 좋을지?
더 살고 싶다고 하면
욕심 많은 늙은이라 할 테고
어서 죽고 싶다면
우울하고 궁상맞은 푸념쟁이라 할 테고
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
나의 숨은 비애를
살짝 감추고 사는 지혜가
아직은 턱없이 부족하여
내가 가끔은 그대들이 원치 않는
이기적인 추한 모습
생에 집착하는 모습 보일지라도
아주 조금만 용서를 받고 싶은 마음이지요.
하늘이 준
복과 수를 다 누리라 축원하고
오래 살라 덕담하면
좋다고 고맙다고
겉으로는 웃지만
속으로는 나도 이미
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것
가능하면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는
평온한 죽음을 맞게 해달라
간절히 기도하고 있음을 알아달라고
오늘은 내 입으로
꼭 한번 말하고 싶었다오.
그러니 부디 지상에서의
나의 떠남을 너무 재촉하지는 말고
좀 더 기다려달라 부탁하고 싶답니다.
나를 짐이 아닌 축복으로
여겨달란 말은 않을 테니
시간 속의 섭리에 맡겨두고
조금 더 인내해달라 부탁하고 싶답니다.
우리가 서로에게 빚진
사랑의 의무를 실천하는 뜻으로라도
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말입니다.
오늘은 이렇게 어설픈 편지라도 쓸 수 있으니
쓸쓸한 중에도 행복하네요.
어쨌든 여러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나의 처지
오늘도 미안한 마음 감출 수가 없지만
아직은 이렇게 살아 있음이
그래도 행복해서
가만히 혼자 웃어봅니다.
이 웃음을 또 치매라고 하진 않을까
걱정되지만 그래도 웃어봅니다...
사랑하는 아들딸들...
그리고 나를 돌보아주는
친절한 친구들이시여
나를 마다 않고 살펴주는 정성
나는 늘 고맙게 생각해요.
허지만 그대들이 나를
자꾸만 치매노인 취급하며
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
교육시키려 할 적마다
마음 한 구석에선
꼭 그런것은 아닌데…………
그냥 조금 기억력이 떨어지고
정신이 없어진 것 뿐인데…….
하고 속으로 중얼겨려본다오.
제발 사람들 많은 자리에서
나를 갓난아기 취급하는
언행은 좀 안 했으면 합니다.
아직은 귀가 밝아 다 듣고 있는데
공적으로 망신을 줄 적엔
정말 울고 싶답니다.
그리고 물론
악의 없는 질문임을 나도 알지만
생에 대한 집착이 있는지 없는지
은근슬쩍 떠보는 듯한 그런 질문은
삼가주면 좋겠구려
어려운 시험을 당하는것 같아
내 맘이 편칠 않으니…………….
어차피 때가 되면
생을 마감하고 떠나갈 나에게
떠날 준비는 되어 있느냐
아직도 살고 싶으냐
빙빙 돌려 물어본다면
내가 무어라고 답을 하면 좋을지?
더 살고 싶다고 하면
욕심 많은 늙은이라 할 테고
어서 죽고 싶다면
우울하고 궁상맞은 푸념쟁이라 할 테고
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
나의 숨은 비애를
살짝 감추고 사는 지혜가
아직은 턱없이 부족하여
내가 가끔은 그대들이 원치 않는
이기적인 추한 모습
생에 집착하는 모습 보일지라도
아주 조금만 용서를 받고 싶은 마음이지요.
하늘이 준
복과 수를 다 누리라 축원하고
오래 살라 덕담하면
좋다고 고맙다고
겉으로는 웃지만
속으로는 나도 이미
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것
가능하면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는
평온한 죽음을 맞게 해달라
간절히 기도하고 있음을 알아달라고
오늘은 내 입으로
꼭 한번 말하고 싶었다오.
그러니 부디 지상에서의
나의 떠남을 너무 재촉하지는 말고
좀 더 기다려달라 부탁하고 싶답니다.
나를 짐이 아닌 축복으로
여겨달란 말은 않을 테니
시간 속의 섭리에 맡겨두고
조금 더 인내해달라 부탁하고 싶답니다.
우리가 서로에게 빚진
사랑의 의무를 실천하는 뜻으로라도
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말입니다.
오늘은 이렇게 어설픈 편지라도 쓸 수 있으니
쓸쓸한 중에도 행복하네요.
어쨌든 여러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나의 처지
오늘도 미안한 마음 감출 수가 없지만
아직은 이렇게 살아 있음이
그래도 행복해서
가만히 혼자 웃어봅니다.
이 웃음을 또 치매라고 하진 않을까
걱정되지만 그래도 웃어봅니다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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